새로운 도전! 스쿠버다이빙
올해 8월 초, 5일간 필리핀 세부를 다녀왔다. 예전부터 꼭 하고 싶었지만, 2년 전 아일랜드 호핑으로 느꼈던 세부의 짠물에 대한 공포때문에 미뤄두고 있었던 스쿠버다이빙, 오픈워터에 도전하기로 마음 먹었다. 장소는 세부시티에서 가까운 막탄보다는 깨끗해서 투명한 바다, 많은 종류의 산호초와 사람만한 거북이, 화려한 색감의 열대어를 볼 수 있는 다이빙 포인트로 유명한 모알보알이다. 강사 말로는 예전에는 고래상어가 출몰해서 섬을 몇 바퀴 돌면서 머물다가 갔다고 했다.
막탄 공항에 도착하다
막탄 공항을 빠져나와 택시타고 서부터미널로 향했다. 택시비는 약 500페소 정도면 갈 수 있다. 택시를 이용할 때는 잔돈이 있는게 좋다. 기사 아저씨들은 돈만 받으면 잔돈이 없다는 뻔한 말들을 하기 시작한다. 그래도 택시에 내리지 말고 버티다 보면 슬그머니 돈을 꺼내기 시작하면서 재미가 쏠쏠한 밀당이 시작된다. 터미널 안은 매표소가 별도로 없고 버스타고 출발하면 아저씨가 표를 주는데, 버스 이용요금은 116페소 한국돈으로 3300원 정도다. 만약 터미널이나 공항에서 벤이나 택시를 이용하게 되면 한국돈으로 6만원 ~ 10만원 든다고 한다. 여행하면서 로컬 버스를 타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 이라고 생각한다면 이것은 고생이다. 이동 시간이 4시간이라는 것만 빼고는… 세부시티로 돌아오는 길에는 약5시간 가까이 걸렸던 것 같다.
수심 30m에서 찾아온 나의 균형
나에게 있어서 여행은 휴가, 휴식의 의미보다는 여행을 통한 배움을 위해서다. 그래서 꼭 1년에 한번 이상은 국내나 해외를 여행한다. 그럼 이번 오픈워터를 통해서는 무엇을 배웠을까? 이번 오픈워터 도전을 통해서 배운건 다른 여행보다 의미가 컸다. 스타트업 로켓에 탑승하기 전까지, 방세를 내며 여름 방학동안 공모전 공장을 운영해봤었고, 개발자에게는 좋은 근무환경을 제공하는 IT회사에서 근무도 해봤었다. 그리고 짧은 시간이었지만 미국에서 스타트업을 경험도 해보았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동안 많은 경험을 했던 만큼 나 자신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해보면서 내놓은 결론이 있다. 삶에 있어서 가족, 친구, 지인, 회사, 꿈도 중요하지만 모든 곳에서 꼭 있어야 하는 무엇보다 중요한 바로 균형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을 몸으로 느껴볼 수 있었던 경험이 바로 하루 3 ~ 5시간씩 물 속에서 있을 때였다.
두려움을 극복하라
스쿠버다이빙에서 중성부력이라는 용어가 있다. 부력(위로 올라가려는 힘) 중력의 힘(아래로 내려가려는 힘)이 동일한 상태로, 물 속에서 뜨지도 가라 앉지도 않는 상태이며, 다이빙을 하면서 이 상태로 자신의 호흡만으로 즉, 폐 안의 공기를 이용해 수심을 유지하는 방법이다. 밸트에 납 때문에 중력으로 쉽게 밑으로 내려갈 수 있고, 부력조절기(BC)로 불리는 조끼같이 생긴 장비 때문에, BC에 공기를 넣어 중력의 반대의 힘 부력을 만들 수 있다.
스쿠버다이빙을 편하고 즐겁게 하기 위해서는 중성부력을 맞추지 못하면 다이빙하고 있는 수심이 낮아졌다 높아졌다하면서 이퀄라이징을 자주 해야하기 때문에 귀에 무리가 가고 귀가 아프기도 한다.
이런 이유보다 쉽게 중성부력을 잡지 못하는건 바로 내 마음속에 있는 두려움 때문이다. 두려움이 내 몸에 힘이 들어가게 만들고 힘이 들어가면 호흡이 가빠지다 보니 불안해지기 때문에 상황대처능력도 떨어지며 바로 앞에 있는 아름다운 바다를 보는 시야도 줄어들게 된다.
두려움 이겨내는 중성부력
하루에 2 ~ 3시간 동안 바다 안에 있으면서 두려움을 잊기 위해서 많은 시도를 해봤지만 언제 어디서 나올지 모를 상어에 대한 걱정(강사도 실제로 큰 상어를 본적은 없다고 한다), 언제 마스크가 벗겨질지 모를 상황에 대한 걱정, 강사를 놓치진 않을까 하는 걱정, 아픈 귀에 대한 걱정, 공기통에 남은 공기의 양에 대한 걱정 등 물속에서 생각해야하는 것들이 많았다. 여러 환경적 요소들로 인해서 몸에는 힘이 잔득 들어가고 그로 인해 몸은 가라앉고, BC에 공기를 넣었다 빼는데 바빴던 것이다. 앞을 볼 시간은 줄어들었고 집중력은 떨어졌다. 즉 내가 보고 싶은 바다를 편안하게 보기 위해 필요했던건 바로 균형이었다.
그리고 문득 바다속에서 내가 처한 상황이 우리의 상황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신적으로 여유를 가지고 몸에는 힘을 뺀채로 넓은 시야로 눈 앞에 있는 문제들을 해결해야 하는데, 사소한 문제들로 인해서 균형이 깨져서 힘들어 하고 있진 않을까? 그게 금전적 문제, 직업, 직장이든 말이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불안함을 지니고 산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 불안감은 자기 자신이 만드는 것이다. 옆에서 상어가 오진 않을까 강사를 놓치진 않을까, 결국 나 자신이 만든 불안감으로 부터 시작되었다. 외부적 요인이 몸에 힘이 들어가게 했고 바다속으로 가라 앉도록 했던 것이다. 결국 부력(여유)이 중력(불안감)을 받쳐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여유를 생산하고 불안을 잘 컨트롤 할 수 있다면 그게 바로 균형일 것이다. 우리가 재미있고 행복하게 지내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균형을 맞추기 위한 중성부력이 아닐까 생각한다.